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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있다는 글에서 시작해보자.
"여기가 로도스 섬이다. 여기에서 춤추어라."
이 문구를 인용한 저자들은 몸이 거하는 일상의 판에서 몸의 이미지와 표현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시각은 다양하다. 인간본연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몸의 이미지를 따라가려는 인간의 노력, 억압에 저항하는 몸의 움직임과 이미지의 구성, 예술의 방식으로 표현되던 몸의 이미지 등등.. 일상안에 존재하는 몸과, 몸이 움직임으로 채워가는 일상은 역사와 현재의 시간안에서 춤을 추듯 서로 엉겨 존재해왔다.
가끔 나는 내 의식과 분리된 몸을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노화의 과정을 거쳐 수명을 다하면 나의 의식과 분리된 몸은 썩어 없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이후의 나의 의식은 어디에 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가져보곤 했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를 일. 일단 나는 나의 의식이 거하는 내 몸을 활용하고 움직여 시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일상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 나의 의무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떤 모습이던간에 내 몸의 기력이 다하기 전까지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일상에 존재하는 내 몸의 이미지와 행동은 사회에 매몰되어 수많은 영향을 받아낸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테두리안에 둘러싸여 욕망과 감정관계의 자기검열을 강요받고, 세상은 몸짱이라는 표현으로 그것을 건강과 결부시켜 건강한 몸의 이미지 를 강요한다. 그것은 자본순환의 부품으로 쉴새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현시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좀 더 건강한 부품이 되기 위해 시간을 쪼개라는 반강요가 되고, 그렇게 지친 몸과 의식은 브라운관 안에서 과도한 노출로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 를 드러내며 노래하는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며 관음증적 시선을 통해 또다른 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직업이 의사인지라 몸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과의 싸움도 만만치 않다. 과로를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기보다는 병원에서 한알의 약으로 과로와 질병을 단숨에 해결하고 다시 과로의 사회로 자신의 몸을 내모는 사람들과의 싸움. 그리고 강요된 이미지에 자신의 몸을 성형을 통해 획일화된 미의 테두리 안으로 넣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저항의 권유, 그렇게 미의 테두리 내 진입에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의학적 돌봄의 역할. 자연적 욕망에 대해 의학적 도움을 갈구하는 이들에 대한 심정적 지지 등등.. 일상은 하나의 전쟁이자 저항이고 어수선한 난장판이자 어렵게 만들어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속의 몸은 의식하는 개인과 의식하지 않는 개인의 구분을 떠나 그렇게 각자의 모습으로 한 배를 탄다.
일상속의 몸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충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사뭇 어렵기도 하고 쉽게 다가가지지도 않는 단점을 가진듯 하다. 어렵지않은 의미전달이라는 것은 점점 가볍고 쉬운 것으로만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변화때문에도 요구되고 있지만, 필자의 의미전달능력이라는 의미도 있어 때론 인문학의 소외가 이런데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몸과 일상이라는 어쩌면 평범할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평범해서 잘 느껴지지 않는 첨예한 부분을 깨닫게 해 주는 의미있는 작업임엔 분명하다. 조금만 더 쉽고 친근한내용의 글들이라면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만 아니라면, 평범함에 묻힌 일상과 몸이라는 주제를 첨예하게 드러내어 호기심마저 충족시킬 수 있었던 재미가득한 책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지나치게 이미지에 집착하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몸이란 무엇인가 하는 현상학적 질문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일상적인 지평에서 병이 들고 늙어가는 몸, 그리고 피부색의 차이가 인종차별주의로 재생산되는 현실에 대한 접근들, 재현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몸에 대한 논의, 영화와 잡지, 미술, 판소리라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재현되는 몸이라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머리말: 일상을 작품으로 완성하기
후 주
찾아보기
1부 몸의 이미지와 살
현대사회의이미지과잉과주체_정지은
후근대 사회의 이미지
허구의 부재와 그 결과
현대인의 몸―상상적 몸에서 자기 상징적 몸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적 가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에로티즘을위한몸감각의분석_조광제
내 몸의 전신적인 촉감각이 지니는 근원성
내 몸과 남의 몸과의 관계
에로티즘의 성립 지점을 찾아서
2부 노화와 타자로서의 몸
일상으로서의질병과몸_최은주
비/정상으로서의 질병
일상과 질병
‘미래지향적 몸’을 향하여
성을향유하는노년의예이츠_김종갑
타자로서의 노년과 주체로서의 노년
젊은 시절의 예이츠: 상징적으로 분열된 주체
존재론적 균열과 남근
노년의 주이상스
실재로서의 노년
인종주의로바라본타자의몸_염운옥
타자의 몸을 말하기
식민지와 인종의 전시
몸을 떠난 인종주의?
인종주의를 넘어서
3부 기호와 재현으로서의 몸
판소리에나타나는일상과몸_서유석
실제와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심
판소리에 나타나는 일상과 몸
일상 속 몸의 발견과 긍정
일상에서의 욕망과 그 표출
판소리에 나타나는 일상과 몸의 의미
패션,여성의몸을바꾸다_이영아
조선 옷이 위생에 해로운 점
평면에서 입체로 옷이 바뀌다
S라인의 탄생
여성의 몸을 바꾼 브래지어, 억압의 도구인가?
영화「맨발의청춘」(1964)에서젊은몸읽기_임지연
엄앵란과 신성일, 청춘-스타-몸의 탄생
메트로-서울의 일상의 경험과 ‘맨발’의 우연한 불온성
젊은 몸, 담론의 균열지대에서 폭발하다
여성미술가와몸―성장,사랑,투쟁,죽음_김주현
거울 앞에 선 그녀
나는 그린다 고로 존재한다
그 여자들의 거울
전투의 장소―거울 깨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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