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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금 쌍담

오솔주 2024. 2. 7. 22:46


강신주 작가는 거의 매년 책이 나온다. 그것도 한 두권이 아니라 여러 권씩 쏟아질 때도 있다. 강신주 작가의 책은 인문학적인 내용을 쉬운 말로 전달하고, 일상생활과 연관지어 받아들일 수 있게 하여 좀더 그 내용에 공감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긴다. 그래서 처음 그의 책을 읽은 후론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 읽고 있었다. 『삼십금 쌍담』, 이 책은 강신주 작가와 이상용 작가(+평론가)『씨네샹떼』이후로 또 다시 함께 쓴 책이다. 이상용 작가가 쓴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을 읽었는데 참 좋았었고, 일반 강연회 및 씨네샹떼에서도 인상 깊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씨네샹떼에서는 강신주 작가가 거의 관습적으로 말씀하시다시피 하는 내용들보다 이상용 작가님이 해주시는 말들이 더 새롭고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이 책은 영화에서 네 가지 금기였던 주제를 반영하는 영화 네 편을 골라 그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질문을 받으며 그들의 삶과 연관짓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의 질문을 받아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는 것이었는데 그들의 답변을 읽으면서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의 내용이 떠올랐다. 질문이 실질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외면하고, 본인들의 주장과 연결시킬 수 있는 내용들만 단편적으로 뽑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대부분의 농담이 사용하는 방식처럼. 모든 관습, 모든 편견, 다른 사람들 눈치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 속에서도 편견이 있었고 관습이 느껴졌다.기독교, 페미니즘, 여성, 학교. 이들은 어떠한 욕망을 억압하는 권력 체제로도 형상화될 수 있지만 그러한 표면 이내에서는 또 하나의 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의 여지에 대한 일말의 고려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화제가 등장할 때마다 굉장히 단편적으로 형상화하여 기독교,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신에게 의존하면 안 돼! , 페미니즘의 시각으로는 예술을 이해할 수 없지 , 등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일반 사람들의 고민의 깊이를 숙고하지 않고 그들의 삶의 맥락과 동떨어진 인문학적 내용들을 억지식으로 연결짓고 있었다. 새로울 순 있었다. 그런데 깊이와 공감은 부족했다. 이 책은 그저 일반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의 동어반복,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져야 할 사상을 재생산하기 위해 쓰였을 뿐인가? 그동안 강신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철학자로서 학문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강연장을 찾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말 로 자신의 철학적 깊이를 전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의 언어로 전환하여 표현한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설명하고 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달은 잘 되고 있지만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는 회의적이었다.한편으로 알지 못했던 영화들, 그것도 문제작이었고 한때 금지된 적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가 당시의 사회상과 왜 마찰을 겪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상당히 유익했다. 특히 파솔리니 감독의 「소돔의 120일」은 정말 충격적인 장면들을 그리고 있는데, 그러한 영화를 구성한 이유가 전체주의의 끔찍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감독의 의도를 읽으면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화의 이면을 들여볼 수 있는 생각을 열어주었다. 금기로부터 벗어나면 금기로 선정된 대상을 표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그 내면의 실질적인 동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금기로부터 벗어나자!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유라는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 주어져야 가장 합리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남겼다.
섹스·폭력·정치·종교…… 검열 아래 숨죽이고 있던 네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의 욕망을 통제하며 길들이는 금기들과 당당히 마주 서다

30금 쌍담 은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 온 상담과 다르다! 최근 각박한 현실, 소통 부재의 상황 속에서 갖가지 상담, 카운슬링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고 겉도는 질문들, 전부 어디에선가 들어 봤음 직한 대답만이 들려올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모두 꾹꾹 참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이 문제에 응답하고자 인간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철야 상담으로 유명한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 비평계의 ‘매의 눈’으로 통하는 이상용이 씨네샹떼 에 이어 한 번 더 뭉쳤다. 마침내 두 사람은 금기가 우리의 생각과 입을 틀어막고, 말 잘 듣는 노예로 길들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충격 요법’을 권한다. 금기에 주눅이 든 상태로는 자기 자신에겐 물론, 한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서도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경보를 울려 대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곳의 주인이자 변화의 주체인 명랑 시민들을 위해 30금 쌍담 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한데 왜 하필 두 사람은 우리의 삶을 옥죄는 금기와 맞닥뜨리는 자리에서 영화를 꺼내 든 걸까? 영화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대중 매체다. ‘영화 관객 1000만 명 시대’, 즉 수천 만 명의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웃기고 울릴 수 있는 게 바로 영화인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만큼 검열과 사회적 금기에 민감한 매체도 없다. 실제로 영화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파시즘을 선동하기도, 혁명을 불러오기도 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이처럼 위력적인 영화, 그중에서도 권력 집단이 줄곧 금기시해 온 네 편의 작품을 공개 상영함으로써 우리의 억압된 욕망을 두드리고 금기가 지닌 허위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이제껏 권력과 사회가 거부해 온 영화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한 진실들을 가장 강력하게 까발려 줄 것이다. 진짜 성숙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들 영화가,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교양’이나 ‘입문’ 수준에서 읽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이 책이 삶을 재발명하고, 섹스를 재발명하고 사유를 재발명하게 하는 ‘본격적인 재발명 도구’가 되기를 원한다. 30금 쌍담 이 다룬 강렬한 영화들이,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하는 언어를 만나 안온한 삶을 후려치는 거센 망치가 되기를 소망한다.―이상용


INTRO 영화는 재발명되어야 한다

TRACK 1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섹스
「감각의 제국」, 오시마 나기사
TRACK 2 비정상적 영혼의 정상화를 위한 폭력
「시계태엽 오렌지」, 스탠리 큐브릭
TRACK 3 배신하지 않는 동물의 왕국을 꿈꾸는 정치
「살로, 소돔의 120일」,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TRACK 4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길 바라는 종교
「비리디아나」, 루이스 부뉴엘

OUTRO 시험해 보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