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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말이다. 요트를 사면 행복하고 요트를 팔면 더 행복하다고. 요트라는 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운행 방법이나 관리보다는 낭만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수단이기 쉬우니 막연하나마 어려움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을 테지.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지간해서는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을 것만 같다. 이건 정말 사서 하는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으니. 그 동안 육지에서의 고난 혹은 모험담은 꽤나 읽었다. 높은 산, 극지, 오지 등 사람 살기 힘든 곳에 꾸역꾸역 찾아가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글을 보면서 사람 사는 것 참 다양하다 싶었는데, 이 책도 그런 인상에 한몫 보탠다. 사람들 참 다양하게 궁리하면서 시도하면서 사는구나 싶게. 나는, 부럽지는 않다. 이런 요트 여행 혹은 요트 캠핑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아예 없으므로. 이렇게 구경만 해도 충분히 즐겁다. 남자들의 가출 이야기라 좀 구체적인 실상을 엿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도 남자들 모여 노는 모습이란애들이랑 별로 다를 게 없겠다 싶기도 했고(하기야 여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요트를 타고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를 서해에서 동해로 한 바퀴 도는 일정. 읽기 전에는 바다 위에서 주욱 지내는 것인 줄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일정 기간 요트로 이동하고육지로 나왔다가 다시지난 번 마친 지점에서시작하는 요트 여행이었다. 그랬겠지. 내내 지내기에는 요트의 규모가 참여 인원 수에 비해 좀 적다 싶었다. 이렇게 마음 맞는 남자들끼리, 각 방면의 전문가까지 포함시켜, 집을 떠나 떠돌아다는 것, 아내가 없는 곳에서 마음대로 지내 보는 것, 남자들에게는 부러울 만한 일이기는 하겠다. 나 같은 여자가 호텔이나 크루즈를 꿈꾸는 것처럼. 그렇지만 세월호 사건이 요트 낭만까지도 앗아갔을 것 같다.당분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로 하는 여행은 굳이 즐기지 않을 것 같으니.
허영만 대장과 7명의 허패,
‘야영과 비박’ 정신으로 무장한 캐나다 로키 트레킹 스토리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 은 최고의 만화가이자 프로 캠퍼인 허영만 화백이 산을 통해 인연을 맺은 20~60대 남녀 7명(허패)과 밴쿠버에서 출발해 캐나다 로키산맥을 돌아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는 오토 캠핑 여정을 담은 책이다.
성별ㆍ나이ㆍ취미ㆍ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산에 가자 는 말 한마디에 만사를 제쳐놓고 뭉친 사람들. 산이라는 인연 하나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도 모자라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까지 갔다 오며 10여 년의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번 대장은 영원한 대장’을 철칙으로 여겨 대장인 허영만의 성을 따서 스스로를 ‘허패’라고 부른다. 이번 캐나다 여행 역시 허 대장의 ‘야영과 비박’을 원칙으로 하는 여행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자연과 동화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왔다.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 은 허영만 화백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그림과 세계 10대 절경의 호수를 품은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 각기 다른 개성의 8명이 함께하면서 펼쳐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오토 캠핑의 자유로움과 어우러져 더욱 실감나게 그려진다. 특히 20~60대 남녀 8명이 함께 부대끼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사진, 요리, 섭외, 통역, 운전, 의료, 장비점검 등 집단여행에서 꼭 필요한 분업 시스템을 만들고 모두 충실히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21일간의 장기여행을 조화롭게 해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력이 범상치 않은 데다 모두 개성이 매우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랜 산 친구들의 우정과 신뢰가 뒷받침된 바도 없지 않겠지만 책 곳곳에 드러나는 허영만 대장의 리더십과 로키산맥의 웅장하면서도 멋진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앞에서는 누구라도 품에 안기고 싶은 경외감이 생길 것 같다. 가이드를 따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스트레스를 안고 다니는 여타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이 캐나다 로키 트레킹은 사람과 대자연이 속살거리는 캠핑의 참맛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로 시종일관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1,500km 로키산맥을 따라
대자연과 하나되는 오토 캠핑의 진수를 맛보다!
‘가출’은 ‘탈출’처럼 도망이나 도주를 뜻하지 않는다. 언젠가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출’은 성립된다. 하물며 ‘집단가출(Group Runaway)’은 ‘돌아온다’는 믿음 외에 보내주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허영만 대장과 7명을 자석처럼 끌리게 만든 명분은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것. 위트와 재치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허영만 화백에게 그냥 ‘캠핑가자’는 말은 시시하다. 그래서 ‘집단가출’은 일에 지치고 삭막한 도시에 짓눌린 사람들이 시도하는 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이들은 철저히 야영과 비박, 그리고 음식은 직접 해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허패의 캐나다 여행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을 넘어 온몸과 온 마음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캠핑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들은 유명 도시의 쇼핑몰이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섭렵하는 대신 앨버타 대평원에서 공룡 화석과 마주하고, 93년의 역사를 가진 무인 폐광촌에 있는 유일한 인적의 선술집을 찾아가고, 로키와 코발트빛 호수들을 따라 등산과 트레킹, 자전거 타기, 승마, 낚시, 보트 타기를 즐긴다. 모닝콜 대신 사슴 발자국에 눈을 뜨는 별 백만 개짜리 황홀한 자연호텔에서 잠을 청하고, 하얀 눈이 덮인 로키 정상을 식탁 삼아 도시락을 먹고, 머리 위로 함박눈이 쏟아지는 우아한 노천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하늘과 맞닿은 채 끝없이 펼치지는 대평원과 호수ㆍ산ㆍ모레인ㆍ빙하 등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감흥을 주는 로키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이자 신기한 장남감이다.
허영만과 허패 캠핑의 또 다른 묘미는 즉흥성이다. 이들은 정해진 여정을 교과서처럼 따르는 틀에 박힌 ‘관광여행’을 지양한다. 이들에게는 여정만 있고 일정표는 없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도 근사한 풍경을 발견하면 발을 멈추고 즉각 텐트를 펼친다. 오히려 꽉 짜인 일정을 타박하며 한적한 로지(Lodge)에서 하룻밤 더 묵어가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그것을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모두 들떠 기뻐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이들의 이런 호기심과 자유로움은 여행을 통해 만나는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현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확대되곤 한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빌 라슨 씨를 찾아가서 치열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캐나다로 이주해 살고 있는 교민의 과수원에 들러 동포를 만난 반가움과 캐나다의 복숭아 유픽(U-pick) 문화를 경험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캐나다 서부를 21일 만에 다녀오는 빠듯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종일관 에너지와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한 여행의 끝은 다음 여행의 시작이고, 한 번 가출은 연속 가출의 시작이다! 라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캐나다 로키 오토 캠핑’은 각박한 도시생활과 삭막한 인간관계, 비좁은 골목과 도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자연의 신비와 약동하는 삶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지금 당장 방전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배낭을 메고 떠나라.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는 우리에게 허영만은 말한다 시간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 돈이 없어 못 간다고? 뒷동산에 텐트를 치는 데도 돈이 드나?

※ 2007년에 출간된 허패의 집단가출 을 수정ㆍ보완한 재출간 도서입니다.



저자의 글 내가 캠핑을 고집하는 이유_허영만
캐나다 로키로 당신을 초대합니다!_이남기

Course#1 느림 속에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밴쿠버
다섯 시간만의 입국. 가출 첫날부터 힘들다
얕잡아보다 큰코다치는 853미터의 수직고도, 그라우스 그라인드
뉴욕 센트럴 파크, 런던 하이드 파크보다도 밴쿠버 스탠리 파크
한국전 참전용사, 빌 할아버지

Course#2 로키로 가는 3번 하이웨이의 아름다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따뜻한 심장, 오카나간 밸리
인디언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유일한 와이너리 잉카밉
‘U-pick 직접 과일을 따야 하는 김씨 과수원
캐나다-미국 국경과 평행선을 달리는 3번 하이웨이
지나치기엔 너무 아름다운 크리스티나 호수
던킨도넛보다 백배 더 맛있는 팀 호튼스
북미에서 가장 빠른 바람 치누크
별 백만 개짜리 호텔 워터턴 호수 국립공원
로키, 첫 산행부터 이렇게 아름다우면 어쩌란 말이냐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산중 레스토랑 앨더슨 산
황홀한 달빛 아래 비박 워터턴 호수 국립공원

Course#3공 룡, 버펄로 그리고 시간의 고향 대평원
슬프도록 길고 아름다운 대평원
버펄로의 영혼이 울부짖는 절벽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공룡주립공원
사슴 가족이 깨워주는 아침
세랭케티보다 넓은 평원에 널브러진 공룡뼈
유령마을에 있는 유일한 인가 라스트 챈스 살롱
배드랜드 최고의 걸작품 후두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배경, 카우보이 술집

Course#4 로키를 몸으로 느끼다
비 내리는 캐내디언 로키의 핵 밴프
눈 내리는 설퍼산 유황온천
빅토리아 산 가는 길에 차가 주저앉다
한국말이 유창한 캐나다인 웨이터
세계 10대 절경 루이스 호수와 여섯 빙하의 평원
자전거 하이킹의 진정한 묘미를 맛보는 보 밸리 파크웨이
플라이낚시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베이커 크릭
다정한 산행길 모레인 호수와 센티널 패스
비취색 모레인 호수에서 카누 타기

Course#5 로키의 보석과 만나다
아무리 바빠도 에메랄드 호수 산책을 하자
빙하 위를 걷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로키의 숨겨진 보석, 재스퍼
우리가 꿈꿔오던 바로 그곳, 영혼의 섬
휘슬러 산이 내어준 정상의 경외감
엘크와 산양떼, 그리고 로키의 야생동물
로키여행에서 빠져서는 안 될 승마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 롭슨 산
롭슨 메도우 캠핑장에서의 마지막 밤

Course#6 비버가도를 따라 다시 밴쿠버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야 하는 곳, 비버가도
쾌속선을 타고 곰 사파리를 즐기는 블루리버
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 캐시크릭
비버가도의 원주민 부족
브레이크가 파열된 차량의 탈출로, 런어웨이
디자인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마을 휘슬러
아웃도어의 천국 마운틴 휘슬러
자전거로 누비는 밸리 트레일
밴쿠버 시민의 문화와 삶의 중심, 그랜빌 섬
여행의 끝은 또다른 여행의 시작

글을 마치는 글 가출의 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