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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서 상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울릉도 혹은 강원 산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기상 악화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일정대로 회사에도,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거죠. 회사에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고, 집에서는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기에 마음은 불편하겠지만 그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꿀맛일 것만 같습니다.『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2014.10.14. 쉼)』를 펼쳐든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홋카이도로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눈 덮인 홋카이도의 풍광이 담긴 사진은 그곳이야 말로 바로 내 상상 속 꿈이 이뤄질 도시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거든요. 게다가 살인적인 무더위를 견디느라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눈 속으로 향해 성큼 뛰어가더란 말입니다.작가는 ‘북해도’라고도 불리는 홋카이도 중에서 세 도시, 오타루와 삿포로 그리고 하코다테를 소개합니다. 과거 무역의 중심지였던 오타루는 전성기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의 모습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어쩐지 발전의 뒤안길로 밀려난 쓸쓸함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오타루에서 오르골 가게를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신선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증기 시계(p.53)를 보러 오타루에 방문하고 싶어졌습니다. 오타루보다는 도시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삿포로는 제일 먼저 화려한 철골 탑이 눈에 띕니다. 11월부터 1월까지 열린다는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기대되며 삿포로의 미소라멘 맛도 궁금합니다.『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의 마지막 여행지인 하코다테는 유달리 눈 쌓인 도심 사진이 많습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변덕스럽다니 제가 찾는 최적의 겨울 도시가 바로 하코다테가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오타루와 삿포로도 도심의 화려함보다 바다와 눈이 도심과 어우러진 특유의 스산함이 느껴지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하코다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된 전차가 도심을 지나다니고 역사가 느껴지는 상점들이 들어선 거리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올 겨울, 눈이 수북하게 쌓인 하코다테 거리를 걸으며 겨울 매력을 느끼고 싶습니다.
비밀이 많고 수줍은 소년 같은 오타루.
여전히 바쁘고 분주한 장년의 이미지 삿포로.
인생의 황금기를 이미 흘려보낸, 그래서 소탈하고 여유 있는 노년 같은 하코다테.

일본의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겨울의 도시로 알려진 홋카이도가 소설가 문지혁, 그에게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그가 바라본 홋카이도. 그곳의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