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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미친듯이 사진을 찍고, 또 사진 잘 나오는 곳(photo point라고 하나?)을 찾아가면서 사진을 찍는 내 모습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내가 사진을 왜 찍지? 풍경은 안보고...단지 다녀왔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작은 디카나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뿐이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여행을 가서도 그다지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사실.. 큰 여행을 앞두고 사진을 찍긴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사진가들이 여행지가서 남긴 예쁜 사진이나 혹은 사진찍는 방법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사진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초창기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지금처럼 컴팩트한 디자인의 소형 카메라로 찍고, 잘못 찍었으면 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중장비 수준에 해당하는 무거운 사진기를 배낭대신 짊어지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멋진 곳을 찾아 떠나는 일종의 고고학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남긴 사진은 영원히 남으니까... 게다가 상상이나 되나... 그 당시 사진에 쓰이는 재료가 얼마나 비쌌을 것이며, 옮기기 편리한 용기 조차 제대로 발명되지 않아 도자기에 담아가기 일쑤였다니.... 사진 한 장을 위한 그 노력을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시작은 이름도 생소한 막심 뒤캉 이다. 최초라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문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넒은 세상을 여행하고 그가 본 것을 똑같이 인류에게 전하고 남겨준다. 이를 위해 사람을 옆에 세워서 찍기 시작하면서(얼마만큼 큰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 크기를 알기 위해 사람과 함께 찍는 기법이 발달했다고 하니 선구자는 선구자다. 다른 사진사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초상 사진에 탐닉했던 펠릭스 나다르와 만나게 된다. 아쉽게도 그가 기구를 타고 올라가서 찍은 파리 전경 사진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초창기 초상 사진관(상상이 되는가.. 우리가 증명 사진을 찍었던 그 사진관의 시작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을 차리고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초상 사진을 유행시킨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당시의 대문호들의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책은 연대기별로 흘러가다 세계대전 후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의 사진을 만나고, 헌대의 사진으로 흘러온다. 책의 말미에는 몰 뭇세가찍은 우리나라 1950년대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보너스... 이렇게 사진가를 따라 (시간)여행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이 보는 세계와 내가 아는 역사를 짜맞추어 보는것에서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사진가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가는 프랑수아 콜라르이다. 코코샤넬을 비롯한 초창기 패션사진의 거장이라고 하지만 내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행동을 사진에 담았다는 것이다. 변죽이 좋은 그가 들이대는 사진기 앞에서 사람들은 한껏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하니... 어쩌면 그의 타인을 보는 시선이나 철학이 사진을 찍는 행위에 녹아난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사진이란 피사체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의 문턱에서..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인쇄된 사진들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주는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14인의 사진가들,그들은 왜 무거운 사진 장비를 들고 세계 곳곳을 탐험했을까? 미술평론가이며 사진과 역사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방대한 관련 서적과 오랜 유럽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가 14인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책 속 주인공들은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사진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들로, 저자는 마치 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듯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리고 낯선 세계에 대한 열망과 두려움, 그 시대가 안겨준 내적 갈등과 개인적 고민까지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교통도 발달하지 못했고, 사진장비의 무게만 해도 엄청났던 19세기와 20세기. 연필과 노트 대신 카메라로 세상을 담으려했던 사진가들의 호기심과 갈망은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생생한 현장을 전달한다. 특히 전쟁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들, 막대한 무게를 짊어지고 수백, 수천 미터를 건너가 찍은 사진들에서는 누구보다 한 발 먼저 찾아가 그 이미지를 탐하고 전하려 했던 사진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이나 사진가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예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만한 예술교양서이다.
책머리에
1. 이집트 신전에서 베이징 궁전까지
나일강 상류에서, 1849_ 막심 뒤 캉
프로방스의 바람을 가르며, 1852 _ 샤를 네그르
도망자의 길 오베르뉴, 1854 _ 에두아르 발뒤스
창공으로 올라간 ‘거인’, 1860 _ 펠릭스 투르나숑 나다르
청나라의 황혼, 1870-1871 _ 존 톰슨
2. 사하라 사막과?페르시아 고원
프랑스의 일하는 사람들, 1931 _ 프랑수아 콜라르
행복의 골짜기 이란 고원, 1933-1934 _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발칸 반도, 1938 _ 리 밀러
사하라 나무에서 물을 긷다, 1941 _ 조지 로저
3. 지중해 연안
신혼과 순례의 길목에서, 1951 _ 폴 스트랜드
가톨릭의 빛과 그림자, 1954 _ 장 디외제드
느린 발걸음으로 지중해안을, 1956 _ 앙리에트 그랭다
4. 인도차이나와 한반도
마르세유에서 서울까지, 1955 _ 폴 뭇세
베트남 천사의 언덕을 넘어, 1992 _ 레몽 드파르동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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