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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오솔주 2023. 9. 28. 14:53

  한시는 흔히 따분하다고 여긴다. 끝없이 반복되는 충효의 유교적 논리 ..나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이책은 그 옛날 선인들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그들의  애틋한 감정을 시로 남겼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요즘 신세대같이 직선적인 표현보다 더 은유적이고 온화한 듯한 시들이 더 애로틱하고 낭만 적인 것이 아닐까?  고대의 시들이 더 자유분방하고 감각적인 것인 아마 유교적 통치관념이 정착되기전이라 그런 듯 싶다. 먼저 설요의 시를 보자.  예쁜 풀의 꽃다움이여 향기로움을 생각하나니 아아, 어찌하리, 이 젊은 청춘을 ...이시는  당나라에도 알려진 시라는  데 청춘의 애끓음을 나타내고 있다.7세기 여승 이었던 그 녀는 열다섯에 아버지를 여의고 출가 6년 수행후에도 애끊는 감정을 버릴 수 없었다.21세에 반속요를 지으며 환속하여 곽원진의 연인으로 지냈다는 얘기도 전해지는데 연인인 곽원진의 출현에 설레이는 마음을 엮은 시는 솜사탕 같은 연애 편지로 느껴진다. 남정네들도 여인의 마음을 빌어 사랑을 노래했다.  林悌 十五越溪女가   羞人無語別이라   歸來掩重門하고   泣向梨花月이라 - ( 십오월계녀가 수인무어별이라 귀래엄중문하고 읍향리화월이라. )열다섯 아름다운 소소녀가 수줍움에 말도 못하고 ... 이별을 하네 돌아와 문 빗장 걸어두고서 배꽃 사이 달을 보며 눈물 흘리네. 임제의 無語別서 보면  이별의 슬픔을 애잔하게 표현했는데 결구의 이화월(梨花月) 이란 표현은 애상적인 분위기를 만들며,임과 이별한 주인공의 슬픈 심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서글픈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여기서 작자는 일반 적 사대부들과 달리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낭만주의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남녀간의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던 시대상을 그려낸다.그는  조선 중기의 뛰어난 시인으로서 시풍이 호방하고 명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인의 섬세한 감정표현에도 능했다.이달의 비단띠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지만錦帶曲贈孤竹使君을 읽어보자.商胡賣錦江南市 (상호매금강남시)​朝日照之生紫煙 (조일조지생자연)​美人欲取爲裙帶 ( 미인욕취위군대)​手探囊中無値餞 (수탐낭중무치전)​​중국상인이 강남의 저자에서 비단을 팔고 있는데아침해가 비추니 자줏빛 노을이 피어나는구나미인이 가져다가 치마끈을 만들고 싶다는데주머니를 뒤져본들 치를 돈이 없구나​..서얼 출신의 가정교사인 그에게도 정인이 있었나보다 . 고죽 최경창이 영암군수로 있을때 방문한 이 달이 관기에게 자주색 치마를 사주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이 시를 지었다한다.이 시를 접한 최경창은 "손곡의 시는 ​한 자가 천금이니 감히 비용을 아끼랴"하며 한 글자에 비단 세필 값을 쳐 주었다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애인에게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나보다. 그의 제자인 허난설헌의 시는 청아하면서도 외로움이 묻어난다. 그녀의 연밥따는 아가씨(采蓮曲) 에서는 그나마 밝은 사춘기소녀같은 감성이 남아있었다.드물게 그녀의 시가 밝다.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맑은 가을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蓮花深處繫蘭舟(연화심처계란주)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련자)         물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수)         행여 남이 알까봐 반나절 부끄러웠네  조선 시대 남녀차별이 뚜렷한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마음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초가을 맑은 하늘이  파랄 때  연잎 사이로 꽃이 우거진 곳에 혼자서 타는 작은 쪽배 매어두고 연인을 기다리는 아가씨는 막상 연인이 보이지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사랑의 정이담긴  연밥만 따서 슬쩍 던져두고는 달아난다. 혹시 누가 그걸 보았을까 혼자서 반나절 동안 혼자 부끄러워한다는 마지막 절에서 처녀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여성이 제한 된 공간에 갇혀살던 조선 시대 사랑을 고백한 뒤 부끄러워하는 아가씨의 수줍음과 서정적 자아의 기쁨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시에서는 명나라사신들이 선계의 시라고 극찬했더라도  도교적이면서도 현실도피적인  여인의 외로움과 섬세한 감정이 여실히 표현된다. 다른 이에게 주려거든 차라리 버리세요雜詩 보면 바람둥이인 남편을 못미더워하고 불안한 아내의 마음이 드러난다.실제로 그녀의 결혼생활은 불우했다.  사대부들과 달리 이 책에는 기녀시인들이 쓴 시가 많다. 매창 .이옥봉등등..그러나 가장 먼짓 한시의 여류시인은 황진이다 .그녀의 시들을 보면 정말 조선시대의 여인인가 싶을 정도로 자신감에 차고 활기차다.                                                                                                                                        

한시는 어려운가? 재미없는가? ‘한시(漢詩)는 어렵다. 고루하다. 재미없다.’ 이것은 한시를 대하는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그러나 시대성과 공간성의 거리를 걷어내고 옛 사람의 일상과 감성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선조들도 우리처럼 사랑을 꿈꾸고 연인을 그리워하며 이별에 가슴앓이 했다. 스마트폰도 없었고 자동차도 없었기에 그리운 연인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도 없었고, 먼 곳에 있는 임을 마음 내키는 대로 찾아갈 수도 없었지만, 그래서 그네들의 사랑은 더 애달프고 절절했다. 로맨틱한 한시 VS. 패션지 아레나 옴므+ 에디터이자 연애 칼럼니스트 이우성 시인의 사랑 이야기이우성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걸 즐기는 작가다. 자신을 감히 ‘미남’이라고 소개하는 이 도발적인 젊은 시인이 작년 겨울부터 로맨틱한 옛 시와 옛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졌다. 그는 옛 시인들의 시 속에서 시대 불변, 인류 보편의 감성, 사랑의 가장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해냈다. 그리고 극도로 정제된 언어로 표현된 한시에 표현된 사랑 속에서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추억하고, 사랑의 예외적 순간들을 ‘사랑스러운’ 고백들로 다시 들려주었다.

글쓴이의 글

1. 첫사랑

봄을 기다리는 마음(박제가)
길 위의 풍경(강세황)
봄날의 가지에 어린 마음(이조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임제)
한겨울에도 열이 나는 이유는(임제)
마음의 무게(황진이)
우리 사랑은(성간)
이름이 뭐예요
사랑이 나를 그대의 세상으로 부르네(설요)
눈 속의 편지(이규보)
비단띠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지만(이달)
그대와 함께 연밥을 따다(허난설헌)

2. 사랑의 기쁨

사랑은 무죄(임제)
바람 속의 연꽃 그대를 닮았네요(최해)
그대 향기에 취해(이매창)
우리 두 사람의 사랑 변치 않기를(이옥)
봄꽃 같은 달(하립)
하늘에 달빛 그윽하고(김상의당)
나를 찾아보세요(이안중)
그대 뺨에 나의 향기 남아(이안중)
누가 더 예뻐요(이규보)
사랑하는 그대 기다리는 마음(황진이)

3. 변심

그대는 버들 솜, 나는 빗속의 꽃(이수광)
그대 마음 변할까 두려워요(황진이)
그 약속 잊었나요(이옥봉)
오지 않는 그대를 위한 핑계(능운)
파랑새는 없다(이매창)
언제 그대 믿음을 저버린 적 있었나요(황진이)
매일같이 눈물이에요(정서)
그대 마음 믿을 수 없어요(이규보)
사랑하는 이의 마음 묶을 수 있다면(이수광)

4. 그대를 원하고 원망해요

떠나는 내 사랑 붙잡아다오(금각)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병(이매창)
그대 향한 그리움 얼마나 깊으면(이매창)
기다리고 기다려요(성간)
사랑은 원망이 되어(최기남)
불치의 병(이옥봉)
이 슬픔 그때 알았더라면(금사)
다음 생에는 내가 죽고 그대가 천리 밖에 살아(김정희)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권필)
어느 곳을 보아도 그대 모습 보이지 않아(이정)
다른 이에게 주려거든 차라리 버리세요(허난설헌)
꿈속에 그대를 만나(성효원)

5. 이별 후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아

그대 먼 곳에 있네요(유희경)
그대 아직 내 생각 하시나요(민사평)
봄의 빈자리(오광운)
새벽아 오지 말아다오(정포)
그대 향한 마음 끝없이 흐르네(황진이)
아내의 정(허난설헌)
이별의 눈물 모여 강을 이루네(정지상)
마치 나를 보는 것처럼(홍랑)
이별의 증표(최경창)
새벽 꾀꼬리의 이별 노래(최경창)
천년을 이별한들 사랑이 변할까

6. 사랑의 슬픔

그대와 이별한 뒤로(이안중)
그대가 없는데 무슨 소용 있나요(최경창)
꿈속의 영혼 그대를 찾아간다면(이옥봉)
꿈길에서 그대를 만나(황진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매창)
봄날을 원망하며(이매창)
봄빛의 슬픔(심광세)
깊은 밤에(김삼의당)
강남의 슬픔(허난설헌)
뚝뚝(권필)
반달(황진이)
그대 돌아오는 길(김구용)

7. 사랑을 추억하다

가을 밤, 홀로(남취선)
아직도 그대 얼굴 보여요(박죽서)
체념(이옥봉)
내 나이 몇이냐고 묻지 마오(신위)
옛사랑의 추억(이매창)

일러스트레이터의 글
디자이너의 글